Le Dilettantisme/livres

ⓛ<두 도시 이야기> 펭귄/더클래식/창비/책읽는수요일 번역 비교 ② - 2부 3장, 9장 중에서

겨울달C 2016. 3. 1. 03:30

며칠 전 <두 도시 이야기>의 책읽는수요일 판본을 올리고 나서, 출판사 소개 페이지를 한번 더 살펴보다가 발견한 부분에 덧붙여... 창비 번역이 아쉬웠던 미세한 부분을 소개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모두까기(..). 하지만 여전히... 힘세고 강한 번역,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창비(feat. 왈도).


한국어 번역판은 출판사의 오타까지 그대로 옮겨 적었다. 기울임체로 표시된 것이 그것. 적다보니 발견한 창비의 독특한 편집 스타일이 하나 더 있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를 모조리 붙여 쓴다(..). 띄어 써야 될 것도 붙여 쓴다. 딱 '씨드니'만큼 신경 쓰인다ㅇ<-<...


원문을 영어로 일일이 치기 귀찮아서(..) 구글 검색을 해 봤더니 고전의 원문 텍스트를 현대식 텍스트로 바꿔놓은 사이트를 발견했다. 참고용으로 함께 올려 본다. 현대식 텍스트를 보면서 원어민들한테도'고전' 범주에 들어가는 걸 그대로 읽는 건 대충 독립신문 창간호 논설을 그대로 읽는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우리가 독닙신문을 오늘 처음으로 출판하는데 조션속에 있는 내외국 인민에게 우리 쥬의를 미리 말삼하여 아시게 하노라. 최근 소와다리에서 나오는 초판본들을 읽으면서 더 확실하게 느꼈다. 그들이라고 약 150년 전의 영어가 시원하게 읽힐 리 없다는 것을... 고전 번역 선택에는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하는 선택지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셰익스피어처럼.



#1. 2부 3장 중에서

(원문)

The object of all this staring and blaring, was a young man of about five-and-twenty, well-grown and well-looking, with a sunburnt cheek and a dark eye. His condition was that of a young gentleman. He was plainly dressed in black, or very dark grey, and his hair, which was long and dark, was gathered in a ribbon at the back of his neck; more to be out of his way than for ornament. As an emotion of the mind will express itself through any covering of the body, so the paleness which his situation engendered came through the brown upon his cheek, showing the soul to be stronger than the sun. He was otherwise quite self-possessed, bowed to the Judge, and stood quiet.


(현대식 윤문)

They were all staring at a young man about twenty-five years old, tall and good-looking, with sunburned cheeks and dark eyes. He looked like a young gentleman. He was dressed plainly in black or very dark gray. His hair was long and dark and was tied in a ribbon at the back of his neck, more to keep it out of his face than for the sake of fashion. Although he was sunburned, his cheeks were pale from nervousness. Otherwise, he appeared confident. He bowed to the judge and stood quietly.

출처 : Sparknotes(링크)


(펭귄)

모두가 이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상대는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구릿빛 뺨과 검은 눈을 지닌 잘생긴 청년이었다. 겉모습은 전형적인 젊은 신사였다. 검정인지 짙은 회색인지 모를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검고 긴 머리를 목 뒤로 넘겨 리본으로 묶었는데 멋을 부렸다기보다는 거추장스러워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마음이 몸이라는 거죽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듯태양보다 더 강렬한 영혼의 소유자임을 보여 주는 구릿빛 뺨도 그가 처한 상황 때문인지 창백해져 있었다. 낯빛만 빼면 침착해 보이는 그는 판사에게 인사하고 조용히 서 있었다.


(더클래식)

모두가 이렇게 수군대며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구릿빛 얼굴에 눈동자가 짙은 스물다섯 살 가량의 잘생긴 청년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젊은 귀족 같았다. 그는 검은색인지 짙은 회색인지 모를 단색 정장을 입고, 검고 긴 머리를 목 뒤쪽으로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멋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거치적거려서 그런 것 같았다. 몸이라는 거죽에 마음속 감정이 드러나기 마련이듯, 정신력이 태양보다도 굳건한 사람임을 보여 주는 구릿빛 얼굴도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이지 몹시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런데도 판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침착해 보였다.


(창비)

이 모든 눈총과 고함의 대상은 스물다섯살쯤 된, 그을린 뺨과 검은 눈을 가진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는 젊은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검은색, 혹은 짙은 회색 옷을 입었고, 길고 검은 그의 머리는 목 뒤에서 리본으로 묶여 있어 장식처럼 보였다. 감정이 육체의 외양을 뚫고 드러나듯, 그의 상황이 만들어낸 창백한 기운이 뺨의 갈색을 뚫고 드러났고, 태양보다 더 강렬한 정신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 점을 제외하면 아주 침착한 그는 판사에게 절을 하고 조용히 서 있었다.


(책읽는수요일)

이처럼 사람들이 요란을 떨며 지켜보고 있는 피고는, 구릿빛 얼굴에 눈동자가 검었고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건장하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게다가 신사 계급에 속한 사람처럼 보였다. 검은색인지 짙은 회색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수수한 옷을 입었고,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목 뒤로 넘겨 끈으로 묶었는데, 멋을 내려 했다기보다는 긴 머리가 거추장스러워서 묶은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은 몸을 감싼 거죽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듯, 햇볓에 건강하게 그을린 뺨도 자신의 처지를 가릴 수 없어 창백했다. 그렇지만 그는 침착한 태도로 재판장에게 인사하고는 조용히 서 있었다.


→ummm... 베르터 때처럼, 뭔가 역자의 다른 해석이나 의도가 있을까 싶어서 몇 번이나 읽어 봤지만 잘 모르겠다(..).



#2. 2부 9장 중에서

(원문)

The stone faces on the outer walls stared blindly at the black night for three heavy hours; for three heavy hours, the horses in the stables rattled at their racks, the dogs barked, and the owl made a noise with very little resemblance in it to the noise conventionally assigned to the owl by men-poets. But it is the obstinate custom of such creatures hardly ever to say what is set down for them.


(현대식 윤문)

The stone faces on the chateau’s outer walls looked out at the night. It was quiet and dark for three long hours. For three long hours, the horses rattled in their stables, the dogs barked, and the owl made a noise that sounded very different from the sound poets say they make. But animals are often stubborn and don’t often say the lines written for them.

출처 : Sparknotes(링크)


(펭귄)

외벽의 얼굴 석상들은 세 시간 동안 깜깜한 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시간 동안 마구간의 말들은 가볍게 몇 걸음 걸었고, 개들은 짖어댔으며 부엉이는 시인들이 표현하는 울음소리와 그다지 닮지 않는 소리로 울어댔다. 이 새는 고집이 세서 시에 쓰인 대로 우는 법이 별로 없었다.


(더클래식)

건물 외벽에 조각된 석조 얼굴들이 '길고도 긴 세 시간' 동안 암흑에 잠긴 밤을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길고도 긴 세 시간'이었다. 그동안 말들은 마구간에서 달가닥거리며 가볍게 발을 굴렀고 개들은 짖어 댔으며 올빼미는 시인들이 노래하는 올빼미 울음소리와 전혀 비슷하지 않은 소리로 울어 댔다. 원래 이런 고집 센 미물들은 시인들이 시 속에 써 놓은 대로 울지 않는 법이다.


(창비)

외벽의 돌로 만든 얼굴들은 묵직한 세시간가량 캄캄한 밤을 맹목적으로 노려보았다. 묵직한 세시간 동안, 마구간의 말들은 꼴시렁을 덜그럭거렸고, 개들은 짖어댔으며, 부엉이는 시인들이 부엉이에게 관습적으로 지정해주는 소리와는 거의 닮지 않은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정된 대로 말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런 짐승들의 고집스러운 습관인 것이다.


(책읽는수요일)

저택 외벽에 조각된 석상의 얼굴은 음산한 세 시간 동안 칠흑 같은 밤을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이 암울한 세 시간 동안 말들은 마구간에 갇혀 달그락대고 개는 컹컹 짖어대고 올빼미는 시인이 노래한 것과는 완연히 다른 소리로 울었다. 고집 센 피조물들이 누가 시킨다고 해서 그대로 따를 턱이 있겠는가!


→처음 창비로 이 부분을 읽었을 때 '관습적으로 지정해주는 소리와는 거의 닮지 않은~', 이 부분 문장이 인상깊어서 북다트를 꽂아 놨었다. 마침 출판사 책 소개에 이 부분이 나와 있길래 끄집어내 본다. 펭귄판을 보면 말들은 오밤중에 마구간에서 가볍게 몇 걸음씩 걷고 있으며 부엉이는 고집이 센 새라는 것을 알 수 있다ㅇ<-< 아마 이 정도쯤 비교하면 펭귄/더클래식/창비를 읽다가 책읽는수요일 판본을 읽으면 개안(開眼)하는 느낌이 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설명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대식 윤문 끝판왕. 반면 창비는 네 판본들 중 유일하게 'at their racks'를 '꼴시렁'이라는 범상찮은 단어까지 써가며 살려냈다. 무려 영어판 윤문에서도 버려지는 부분을(..).


영어 윤문이 어떤 식으로 묘사를 잘라내냐면,


(원문)Jerry had just enough forehead to knuckle, and he knuckled it in acknowledgment of this communication and a shilling.

(창비)제리는 주먹 마디에 이마를 충분히 갖다댔고, 이제 그 말과 1실링을 잘 전달받았다는 표시로 다시 주먹 마디를 이마에 갖다댔다.

(현대식 윤문)Mr. Lorry gave him a shilling, and Jerry agreed to deliver the message.


여기는 책을 읽으면서도 영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인데, 이 부분 역시 원어민이 봐도 쓸데없는 묘사(..)에 속하는 건지 이런 식으로 그냥 쿨하게 쳐냈다. 이런 흉악한 문장을 살리면서 번역해야 했던 모든 두도시 옮긴이들에게 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