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Dilettantisme/livres

[Livre] <두 도시 이야기> 책읽는수요일 판본에 대해서

겨울달C 2016. 2. 24. 05:58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서가원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4.12.)



창비에서 <두 도시 이야기> 완역판이 나온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다. 처음으로 번역 비교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다 할 판본들이 몇 개 없었는데, 그동안 참으로 다양한 판본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 우연히 눈에 띈 책읽는수요일 출판사의 책. 작년 이맘때쯤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신간 코너에서 이걸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번역을 이야기하기 앞서 이 책에서 발견한 놀라운 일러스트를 한 점 소개하고자 한다(..). 



엥? 이거 완전 그거 아니냐 ㅇㅅaㅇ?


옆의 책은 예쁜 벽지(..)로 각광받고 있는 펭귄클래식 양장 에디션. 나 역시 읽은 책은 영문판으로 사서 벽지 컬렉션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기에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흠칫ㅋㅋㅋ... 이거 완전 그거네 그거(..). 뜨개질 무늬 표현까지 빼도박도 못하게 그거네! 다른 일러스트는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오묘한 것들이 많았다. 보면서 계속 '출판사 고소미 괜찮아요?'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도입부와 번역비교에 올렸던 몇 부분만 비교해보고, 원문 테러 자제요ㄷㄷ하면서 바로 반납해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도입부만 찍어서 남겨둔 것이 있어서 창비판과 비교해보자면 이렇다.



#1. 편집의 차이 비교를 위해 사진으로.





#2.

There were a king with a large jaw and a queen with a plain face, on the throne of England; there were a king with a large jaw and a queen with a fair face, on the throne of France. In both countries it was clearer than crystal to the lords of the State preserves of loaves and fishes, that things in general were settled for ever.


(책읽는수요일)영국은 턱이 큰 왕과 못생긴 왕비가 다스렸고, 프랑스 역시 턱이 큰 왕과 아름다운 왕비가 다스렸다. 식량을 관장하는 두 나라의 귀족들은 풍족한 상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그 무엇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창비)영국의 왕좌에는 턱이 큰 왕과 평범한 얼굴의 왕비가 있었다. 프랑스의 왕좌에는 턱이 큰 왕과 아름다운 얼굴의 왕비가 있었다. 양쪽 나라 모두 빵과 물고기의 보존을 관장하는 귀족들에겐 전반적으로 상황이 영원히 이렇게 고정적임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비교 분량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장단점은 분명하다. 창비 번역본의 특징은 앞선 포스팅(링크)에서 충분히 이야기 했기에 생략하고 책읽는수요일 판본만 말해보자면, 서가원 번역은 보다시피 창조경제급 가감이 들어간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원문테러. 하지만 그 결과 디킨스 특유의 만연체가 현대식 문장으로 매끈하게 뽑혔다(..).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기존의 펭귄, 더클래식, 창비 판본 모두 "나는 토나와서 못 읽겠더라"하는 사람은 책읽는수요일 판본으로 읽어보면 개안(開眼)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고전이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 독자도. 아예 원문을 지지고 볶아서 새로운 요리를 탄생시킨 셈이니. 그리고... 아마도 그게 전부다(..). 


출판사에서 인터넷 서점에 제공한 페이지를 원문 및 창비와 비교해 보았는데, 결론적으로는 펭귄의 누락과 더클래식의 근본 없는 창작을 합쳐놓은 듯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잘 읽힌다. 거기다 '이거 완전 그거 아니냐ㅇㅅaㅇ?'하는 일러스트까지 들어가 있다. 불쏘시개(..). 나무에게, 미안하다악!(feat.애비메탈) 1년 6개월 전의 나였다면 아마 물어뜯을 기세로 달려들었을 것(..). 그리고 도입부 번역 자체만 두고 봐도, 저 원문에 굳이 무언가를 더해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잘 읽히게 만드는 것과 잘 번역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 근데 잘 읽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미 간결함을 넘어선 저렴함을 보여주는 더클래식 판본이 있긴 하다(..). '잘 읽힘'의 대체재는 많지만 '잘 번역함'의 대체재는 적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독자의 몫.


여담으로 역자 소개를 보니 서가원 씨 역시 바른번역(..)집단 소속이다. 흠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