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Dilettantisme/cinéma

[Film] 2014.08.30. ~ 2014.08.31.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코리올라누스(CORIOLANUS)>

겨울달C 2014. 9. 3. 04:21

히들이 보고 옴.




한 줄 요약: 음...


스크린 상영이라 국극의 거지같은 단차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년 NT Live는 그냥 내 자리 있으면 아무렇게나 잡아서 가는 걸로...


첫째 날에는 프로젝터에 이상이 있었는지 화면 한가운데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것처럼 영상이 갈라지는 게 눈에 보였다... 영상 싱크가 안 맞았으므로 자막 싱크도 미묘했다. 그래도 둘째 날에는 뭘 어떻게 손봤는지 깔끔했음. 그런데 자막... 세로쓰기(..) 몇 년만에 보는 세로쓰기 자막인가... 거기도 크기도 진짜 코딱지만하게, 고딕체로, 하얀색 반투명(..)으로, 오른쪽 구석 상단에 박아놨다. 400년 전 영어와 세로쓰기 자막의 시너지는 굉장했다. 진한 파괴력. 2층에서 볼 때는 그나마 나았으나 1층 5열에서 볼 땐ㅋㅋㅋ 영상과 자막 둘 중에 선택해야 함ㅋㅋㅋ 같이 못ㅋㅋㅋ 봄ㅋㅋㅋ 스크린 상영은 웬만하면 뒤로 가야겠다.


극이 올라간 돈마 웨어하우스는 바나나 창고(..)였다고 한다. 웨어하우스라길래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그런 거 없고 진짜 웨어하우스(..). 바나나 창고를 25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개조했다고 하는데... 아니 그전에 창고를 극장으로 개조하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자체가(..) 잉국의 기상 문화충격. 무대는 돌출무대(thrust stage)형식으로, 정사각형 무대의 세 변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형태였다. 톰 히들스턴은 2007년 돈마에서 올라간 오셀로에서 캐시오 역을 했었으니 감회가 새로울 듯.


이건 연극이라기 보단 연극영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시선 면에서나 생동감 면에서나... 개인적으로 브루투스 역의 엘리엇 르베이에 눈길이 많이 갔는데 카메라에는 말할 때 말고는 잘 안 잡혀서(..) 안습. 


연출은 훌륭했다. 그 작은 공간에서 나같은 연극 문외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큰 세계를 충분히 보여줬다. 무대 바닥에 그은 선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의자 몇 개로 성벽과 의사당까지 표현했다. 그리고 무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서 의상이 모두 흔한 현대 복식이다. 하지만 그게 납득이 가는 것이... 일단 로마 장군이 금발곱슬에 파란 눈의 켈트족(..)이라 진짜 고대 로마 복식이었으면 위화감 200%... 용병? 그래서 현대적인 연출도 나쁘지 않았으나 아우피디우스의 파란 티셔츠는 너무 옆집 아저씨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일단 브루투스 역의 엘리엇... 구부정하게 서서 꼬장꼬장 하고 있는데, 진짜 한 대 때리고 싶었다. 버질리아 역의 스웨덴 언니는 좀 미묘했다. 대사가 몇 마디 되지도 않는데다 표정이 한 가지라서... 볼룸니아 역의 데보라는 우선 박수. 다른 부분은 좀 지루해지다가도 이 어머니가 나오면 잠이 깨...기도 했는데 그게 배우의 연기력도 한몫 했지만 내용이(..) 짜증스러움을 불러일으켜서 그랬던 것 같음. 특히 마지막... 으아니ㅋ. 그리고 마횽이 메네니우스 하는 거 보면서 셜록에서의 마이크로프트랑 이미지가 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피식 함. 내가 마횽을 BBC셜록 말고는 다른 데서 본 적이 없어서 더... 셜록에서도 속 썩더니 여기서도 속 푹푹 썩는 거 보면서... 영고 마횽... 애도. 마지막으로 예매의 원인이었던 히들이는 뭐 그냥 영어 잘 하고(??) 연기도 잘 하는데 워낙 인상이 서글서글해서 얼굴 디버프로 경멸이 별로 경멸 같지가 않아orz... 캐시오는 여러모로 잘 맞았을 것 같은데ㅋㅋㅋ 왜때문에 오셀로는 CD만 남았죠. 


다만 스토리는 그냥 셰익스피어(..)라 결말이 너무나 예측 가능. 그리고 이 비극은 마치 모촤 사연마냥 자업자득이라 뭐라 할 말잌ㅋㅋㅋ... 그래도 내가 이 양반 전집에 손을 댄 과거가 있어서 대충 문장 형식이 어떻고 극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렇다 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정도로 편하게(?) 보고 왔지, 안 그랬으면 진짜 히들이 얼굴이나 구경하다 왔을 듯ㅋㅋㅋ 휴우... 내가 한평생 극장에서 졸아 본 역사가 없는데 이거 두 번 보면서 처음으로 나도 모르게 졸아 봤다...ㅇ<-< 나는 잠든 줄도 몰랐는데 눈 떠보니 어느새 잠깐 졸았더라... 처음 볼 때는 흥미롭게 봤는데 두 번째는(..). 연극에서 대사가 400년 전의 외국어라는 건 정말 치명적이라는 걸 경험함.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국어 연극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아직 내 안의 '셰익스피어'는 책으로 읽을 때 가장 이해가 잘 되고 평화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어로 제대로 올라오는 걸 한번 보고 싶기도 한데 내가 과연 그걸 일부러 보러 갈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그러므로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이 무사히 전권 발간되기를 기원. 이것도 책 나오면 읽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