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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없으면 공연도 없다.

겨울달C 2020. 8. 25. 20:53

200815 avec S

 

짧게라도 아무 말이나 쓰려고 노력한 공연은 계속 기억에 남고 잊더라도 몇 글자만 읽어도 그때 무대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힘들고 귀찮다고 넘긴 공연은 내가 이걸... 봤었다고...? 됨. 미친 듯이 횟수만 채운다고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후기까지 써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까지가 공연 관람인데 해가 갈수록 관극만 습관이 되고 기록이 점점 멀어져 감.

 

공연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인데 보고 나서 셋리 떠올리고 하나하나 꺼내서 감상 달면 한 공연 당 기본 여섯 시간이 뚝딱. 그나마도 프로그램북을 당일 구할 수 있어서 넘버 리스트를 내가 일일이 떠올리지 않아도 되면 수고를 반 이상은 더는데 요즘 트렌드는 플북은 공연 중반에 처음 내기... 플뷰 때 일찍 맛보고 한번 더 갈말을 결정해야 하는데 자첫자막 극 같은 경우는 정말 난감함. 아무리 나라도 밑재료가 없으면 하루만 지나도 순서대로 떠올리는 데 한계가 있음. 

 

'공연 보고 집에 와서 후기까지 쓰고 자기'가 가장 이상적인데 이렇게 되면 주말 낮공만 보고 끊고 오지 않는 이상 오전 9시나 10시쯤 잠들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체력 가지고는 되지도 않음. 타협점을 찾아서 될 수 있으면 보는 공연마다 짧게라도 후기 올릴 수 있게 해야지...

 

이번에 아랜디콘 후기 쓰면서 역시 이게 가장 재밌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고 보면 요즘 이렇게 길게 시간 들여서 후기 쓰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극을 못 만났었구나 싶기도 함. 이것저것 해 보느라 바쁘게 산 게 가장 크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 시국에 잠시 멈춰서 쌓였던 공연들 하나하나 되새김질로 소화시키고 싶음.